자녀 교육/유아기(3~6세)

아이의 감정 기복, 부모의 감정 조절이 먼저입니다

thebestsaebom 2025. 5. 10. 12:16

“아침에는 잘 웃더니, 갑자기 울고 화를 내요.” “별일도 아닌데 울고 떼쓰고,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요.”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기분이 바뀌고, 때로는 사소한 일에도 격한 감정을 표출한다. 그런데 이 감정의 파도에 부모가 휘말리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아이의 감정 기복은 발달 과정상 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부모의 반응 방식에 따라 증폭되거나 안정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아이의 성격’이 아니라, 부모 자신의 감정 조절 능력이다.

감정 기복이 심한 이유 – 발달적 특성과 감정 조절 미숙

유아기의 뇌는 급속도로 발달 중이지만,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 기능은 아직 미성숙한 상태다. 즉, 아이는 느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며, 이를 적절히 다듬거나 참는 능력이 부족하다.
‘화를 낸다’기보다 ‘화를 어떻게 멈추는지 모른다’가 더 정확한 설명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감정이라는 것이 ‘왔다가 가는 것’이라는 개념조차 갖고 있지 않다. 슬프면 그 감정이 영원할 것 같고, 화가 나면 그 순간이 전부라고 느낀다.

이런 이유로 감정 기복은 3~5세 사이에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 감정을 받아주는 어른의 태도에 따라 아이의 감정 경험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부모가 “그만 울어”, “왜 또 화내?”, “쓸데없는 걸로 짜증 내지 마”라고 감정을 억누르거나 평가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위협적이거나 수치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감정 표현을 억제하거나, 더 강하게 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부모의 감정 조절이 아이의 정서적 안전지대를 만든다

아이의 감정은 파도처럼 오르내리지만, 부모가 평온한 언어와 표정으로 반응할 때 그 파도는 스스로 잔잔해진다. 즉, 아이의 감정 상태는 부모의 감정 상태에 강하게 반응한다.
부모가 아이보다 더 흥분하거나 조급해지면, 아이는 감정 조절의 기준을 잃는다.
반면, 부모가 차분히 감정을 받아주고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를 확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못 사서 울며 바닥에 드러눕는다면, “그럴 수도 있지. 속상했구나. 근데 장난감은 오늘은 안 되는 날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그만 울라고 했지! 다신 안 데리고 나와!”라고 말하는 것의 결과는 크게 다르다.
전자는 감정을 수용하면서도 규칙과 경계를 함께 전달하는 반응이고, 후자는 감정을 부정하며 아이의 행동을 억압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통제하려 하기보다, 감정을 함께 견디는 태도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감당해 주는 ‘담장’이 되어줄 때, 아이는 처음으로 감정을 안전하게 경험하고, 점차 스스로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된다.

아이의 감정 기복
뜨개질 하트-출처: pixabay.com (무료 이미지)

감정을 다루는 대화법 – 훈육보다 공감이 먼저다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를 훈육하려는 시도는 종종 역효과를 낳는다. 아이가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지금 이러면 안 돼", "이건 나쁜 행동이야" 같은 훈육성 언어는 아이에게 거의 들리지 않는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는 인지적 메시지를 수용할 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훈육 이전에 감정의 인정과 공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접근은 아래와 같은 순서다:

  1. 감정 인정: “화났구나”, “속상했어?”, “울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구나”
  2. 공감 표현: “그럴 수도 있어”, “그런 일 있으면 나도 힘들 것 같아”
  3. 경계 제시: “근데 아무 데서나 소리 지를 수는 없어. 우리 화날 때는 이렇게 해보자.”

이런 대화는 아이에게 “감정은 괜찮지만, 행동은 조절해야 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즉,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은 교육하는 것, 이것이 감정 조절 교육의 핵심이다.
감정을 인정받은 아이는 훨씬 빠르게 진정하고, 이후의 대화나 훈육도 더 효과적으로 받아들인다.

아이가 배우는 감정 조절 모델은 부모다

아이들은 부모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다루는지를 지켜보며, 감정 조절의 모델링을 받는다.
부모가 힘든 상황에서도 차분히 말하려 노력하고, 실망했을 때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공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한다면, 아이는 그런 태도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한다.
반대로, 부모가 쉽게 짜증을 내거나 언성을 높이거나, 감정을 억누르며 무표정하게 반응한다면 아이도 극단적 표현 또는 억압적 반응을 습득하게 된다.

부모 역시 사람이기에 감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인식하고 회복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화를 낸 후 “아까 엄마가 너무 화를 냈지. 미안해. 엄마도 가끔은 조절이 잘 안 돼”라고 말해준다면,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것보다, 그걸 회복하는 모습에서 더 큰 배움을 얻게 된다.

감정을 조절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먼저 부모가 감정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아이의 감정 기복을 이해하고 돕기 위해선 먼저 부모 자신의 감정 상태를 돌아봐야 한다. 오늘 내가 아이의 감정에 휘말렸다면, 내가 지친 상태는 아니었는지, 나도 충분히 위로받지 못한 건 아닌지 되물어보자.
아이를 조용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부모가 먼저 조용해지는 것이다.
감정은 아이가 나빠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감정을 배우는 중인 아이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은 감정을 다룰 수 있는 부모의 태도다.
오늘도 감정이 요동치는 아이 앞에서 부모인 나부터 나의 감정을 잘 안아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