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라는 말이 늘 효과적인 건 아닙니다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 중 하나는 단연 ‘잘했어!’ 일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옷을 입거나, 그림을 예쁘게 그리거나, 낯선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다. 이처럼 칭찬은 아이의 행동을 강화하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말이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무심코 던진 칭찬이 아이에게 성과 중심적인 압박감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지나친 무반응은 성취감의 기회를 놓치게 만들 수도 있다. 칭찬은 ‘말’ 그 이상의 것이다. 아이의 내면을 세우는 기초이고, 자아를 긍정하는 언어다. 오늘 우리는 그 칭찬이라는 말속에 숨겨진 심리적 메커니즘과 교육적 원칙을 함께 들여다보려 한다.
칭찬은 아이의 자존감을 형성하는 언어 자양분
유아기는 자아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다. 아이는 부모의 반응을 거울삼아 스스로를 인식하고,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인지, 괜찮은 사람인지를 결정짓는다. 이때 칭찬은 단순히 ‘기분 좋은 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믿음을 길러주는 심리적 자양분이다.
특히 3세 전후의 아이들은 ‘잘했다’, ‘멋지다’, ‘대단해’라는 말을 단순히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말 속의 뉘앙스와 감정을 함께 흡수한다. 칭찬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을 인식하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그러나 이 시기의 칭찬이 ‘성과 지향적’으로 반복되면, 아이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점수를 잘 받아서 기특해”라는 말은 결과 중심 사고를 강화하고, “틀리면 혼날 수도 있다”는 불안을 학습시킨다. 반대로 “시험 준비 열심히 했구나”, “힘든 걸 참고 끝까지 해낸 거 멋지다”는 식의 칭찬은 과정 중심 사고를 키워준다. 자존감은 ‘결과’보다 ‘과정을 존중받을 때’ 깊어진다.
좋은 칭찬은 감정과 관찰이 담긴 말이다
칭찬에도 원칙이 있다. 첫째는 구체성, 둘째는 감정의 공유, 셋째는 관찰 기반의 언어다.
예를 들어 “이 그림 예쁘네”보다 “이 그림에 파란색을 많이 썼구나,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야”라는 말은 훨씬 깊이 있는 피드백이다. 이런 칭찬은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자기 표현력과 감정 인식 능력을 함께 키운다.
또한, 칭찬에 부모의 감정을 담는 것도 중요하다. “엄마는 네가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워”라고 말하면, 아이는 단순히 잘해서 칭찬받는 게 아니라, 자신의 태도와 의지가 부모에게 감동을 준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때 부모의 표정, 말투, 눈빛은 말의 의미를 배로 전달한다. 말만 앞서고 감정이 빠지면 아이는 ‘칭찬 받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되지만, 진심이 담기면 아이는 내면의 동기로 움직인다.
반대로, “이건 왜 이렇게 못했어?”, “다른 애들은 다 잘하던데?” 같은 비교나 비하성 표현은 칭찬의 정반대에 있는 언어폭력이다. 그런 말들은 아이의 자존감뿐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 기반마저 흔들 수 있다.
칭찬이 독이 되는 경우 – '과잉 칭찬'의 부작용
무조건적인 칭찬이 오히려 아이의 발달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모든 행동에 “너무 잘했어!”, “역시 최고야!”라는 식의 과잉 칭찬은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 자기 기준이 아닌 타인의 인정에 의존하게 됨
- 실패나 좌절을 견디기 어려운 아이로 자람
- 칭찬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기가 급격히 떨어짐
즉, 아이는 ‘칭찬받는 행동’을 하게 되고, 칭찬이 없을 땐 행동하지 않거나 불안감을 느낀다. 이처럼 칭찬이 외적 통제 수단으로 작용할 때, 아이는 내적 동기와 자율성을 기르지 못하고, 자기 결정권 없이 살아가게 된다.
건강한 칭찬은 행동을 조종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존재를 인정하고 성장에 힘을 주는 말이어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키우는 말, 일상의 언어에서 시작된다
건강한 피드백은 거창한 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 중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들 속에서 건네는 짧은 말들이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아이가 신발을 벗고 들어왔을 때, “발을 깨끗이 했구나. 기분 좋다”
장난감을 정리했을 때, “도와줘서 엄마가 정말 편했어”
동생에게 장난감을 양보했을 때, “동생이 기분 좋았겠다. 네가 배려해줘서 고마워”
이런 말들은 단순히 행동을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가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감각을 익히게 한다.
그것은 곧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으로 연결된다. 이처럼 아이의 자존감은 일상의 언어로 매일 조금씩 자라는 것이다.
칭찬은 별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건 단 10초의 시선, 5초의 미소, 진심을 담은 한 문장이다.
부모의 말은 단지 소리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의 내면에 뿌리를 내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만든다. 어떤 말이 아이를 웃게 했고, 어떤 말이 아이의 어깨를 처지게 했는지 돌아보자. 아이는 우리가 던진 말 속에서 자신을 해석하고, 세상과의 관계를 정의한다.
오늘 우리가 하는 칭찬이, 아이의 내일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다.
아이의 마음을 키우는 말, 오늘부터 천천히, 진심으로 건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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