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유아기(3~6세)

실행기능이 강한 아이는 다르다 – 유아기 자기조절력과 뇌 발달의 관계

thebestsaebom 2025. 5. 13. 17:17

"가만히 있질 못해요"에서 시작된 고민

“무언가에 오래 집중하지 못해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참질 못하고 고집을 부려요.”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바로 손이 나가요.”
많은 부모들이 유아기에 종종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다. 마치 우리 아이만 특별히 산만하고 조절력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는 유아기 뇌 발달의 자연스러운 특성이자,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 서서히 자라나는 과정에서 겪는 현상이다.

실행기능은 아직 한국 부모들에게 낯설 수 있는 개념이지만, 최근 뇌과학과 발달심리 연구에서는 아이의 전인적 성장, 정서 안정, 학습 태도, 사회성 발달을 이끄는 핵심 역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행기능이란 무엇인가 – 뇌의 ‘관리 센터’ 이야기

실행기능이란 쉽게 말해 ‘자기 조절력’을 포함한 고차원적인 뇌의 관리 능력이다. 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서 주로 담당하며, 다음과 같은 능력들을 포함한다:

  • 작업 기억(Working Memory): 정보를 잠시 머릿속에 저장하고 활용하는 능력
  •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 상황이나 규칙이 바뀌어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
  • 억제력(Inhibitory Control): 충동이나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을 멈추는 능력

실행기능은 단순히 ‘지능’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전전두엽이 성숙해지면서 점차 발달되는 기능이며, 유아기에는 이 기능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감정 폭발, 충동 행동, 산만함이 흔히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같은 속도로 발달하는 것은 아니며, 환경 자극, 양육 태도, 놀이 경험에 따라 실행기능의 발달 속도와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유아기 자기조절력
전두엽 사진 출처: 무료 이미지 사이트 pixabay.com

실행기능이 강한 아이 vs 약한 아이 – 실제 일상에서 나타나는 차이

실행기능이 상대적으로 잘 발달된 아이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

  • 놀이 중 규칙을 지키며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이 원활함
  • 감정이 격해졌을 때 숨을 고르고 다시 대화하려는 시도가 있음
  • 놀이를 정리하거나 계획을 바꾸는 상황에서 거부감이 적음
  • "기다려야 해", "지금은 안 돼"라는 말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시간이 짧음

반면, 실행기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는

  • 반복적으로 규칙을 어기거나, 통제되지 않는 신체 행동을 보임
  • 감정이 올라오면 즉각적으로 행동(소리 지르기, 물건 던지기 등)으로 반응
  • 한 가지 활동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쉽게 흥미를 잃음
  • 좌절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반응하거나 회피함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차이가 아이의 지능이나 성격 차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행기능은 발달 과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적절한 자극과 환경을 통해 충분히 키워줄 수 있다.

유아기 실행기능 발달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실행기능을 키우는 데는 특별한 학습지나 조기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놀이 환경을 제공하며, 어떤 방식으로 기다림과 절제를 가르치느냐가 핵심이다.

① 감정 조절을 위한 언어 모델링
예: “OO야, 지금은 화가 난 것 같아~ 조금 쉬었다 이야기하자.”
→ 감정을 인지하고 조절하는 언어를 반복적으로 들은 아이는 내면의 대화를 배우며 감정을 정리하는 법을 익힌다.

② 루틴과 예측 가능한 환경 제공
정해진 일과표, 반복되는 순서(양치질->잠자리 독서->취침)는 아이에게 인지적 유연성과 억제력 훈련의 기회를 준다.
예측 가능한 구조는 실행기능의 기반이 되는 ‘조절력’을 강화한다.

③ 규칙이 있는 놀이 활용
숨바꼭질, 블록 쌓기, 간단한 보드게임은 ‘기다림’, ‘규칙 따르기’, ‘기억력 유지’ 등을 자연스럽게 훈련하게 한다.
특히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게임은 억제력과 작업 기억을 동시에 자극한다.

④ 충동 조절 실패 시, 결과보다 과정을 피드백하기
"또 소리 질렀지?" 대신 "화를 멈추고 숨을 쉬려는 거, 엄마는 봤어"
→ 부모의 피드백 방향에 따라 아이는 성공한 자기 조절의 시도 자체를 인식하고 반복하려는 의지를 갖게 된다.

실행기능이 발달하면 아이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실행기능은 단지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을 넘어서, 미래의 학습 태도, 사회적 관계, 스트레스 대처 능력, 자기 주도성의 기반이 된다.
이 기능이 잘 발달된 아이는 문제 상황에서도 감정을 통제하고, 실패를 새로운 전략으로 바꾸며, 타인과의 갈등을 협상으로 해결할 줄 안다.
이는 학교 적응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자기 효능감과 회복탄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실행기능 발달이 미진한 아이는 자주 좌절하거나, 불안정한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과도한 통제나 처벌 중심의 양육 환경에서 정서적 위축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는, 감정을 다루고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뇌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다.

자기 조절력은 아이가 평생 들고 갈 삶의 도구입니다

실행기능은 공부보다 더 먼저 자라야 하는 능력이다.
이는 시험 성적이나 말 잘 듣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조절하고, 감정을 인식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다.
부모가 조금 더 기다려주고, 다정하게 피드백하고, 실수 속에서도 아이의 시도를 발견해 주는 그 순간들이 모여, 아이의 뇌는 오늘도 조금씩 성장한다.

완벽한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룰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것.
그 시작은, 실행기능을 이해하는 부모로부터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