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부모 교육 및 역할

부모 말 안 듣는 아이, 알고 보면 부모가 먼저 배워야 할 것

thebestsaebom 2025. 4. 21. 13:01

부모로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우리는 종종 당황하거나 속상해진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 이면에는 단순한 반항이 아닌 복잡한 감정과 발달적 신호가 숨어 있다. 이 글에서는 ‘부모가 먼저 배워야 할 것’이라는 시선으로, 아이의 행동을 심리적으로 이해하고 바람직한 양육 태도를 함께 고민해 본다.

왜 아이는 말을 안 들을까?

아이들은 성인과 달리 감정 조절 능력이나 언어 표현 능력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감정이나 욕구를 말로 표현하기보다 ‘행동’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부모 입장에서는 ‘말을 안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이가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놀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해 숙제를 미루거나, 피곤한 상태에서 짜증을 내는 것 역시 아이 나름의 표현 방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즉각적으로 훈육하거나 혼내기보다는, “지금 이 아이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라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부모 역시 감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이가 느끼는 좌절, 실망, 피로감 등은 단순히 떼쓰기나 고집이 아닌, 정서적 표현의 일환이다. 이런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것이 양육의 출발점이 된다.

또한, 유아기의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규칙이나 논리를 바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몇 번 말해야 알아들어?”라고 하게 되면, 부모와 아이 모두 감정적으로 지치게 된다. 말 안 듣는 행동의 근본은 때론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발달 단계'일 수도 있다.

부모의 역할: 통제자에서 이해자로

많은 부모는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선 통제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물론 규칙과 일관성은 중요하지만,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해받는 경험’이다. 부모가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 때, 아이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마음을 열 수 있다.

통제 중심의 양육은 아이를 잠시 조용하게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다. 반면 이해 중심의 양육은 아이의 자율성과 신뢰를 자극하며, 부모 자녀 간의 연결 고리를 깊게 만든다. 예를 들어, 아이가 화를 낼 때 “그만해!”라고 말하기보다 “지금 속상한 일이 있었어?”라고 접근하면 훨씬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해 중심의 태도는 단순히 말을 예쁘게 하거나 참는 것이 아니다. 부모 자신이 감정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도 스스로를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아이와의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아이가 불편한 감정을 표현할 때, 부모는 조언이나 훈계보다 먼저 그 감정을 온전히 들어주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네가 속상했구나.”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이런 말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열 수 있다.

변화의 시작은 부모의 변화에서

많은 부모가 “우리 아이가 좀 변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거울과도 같다. 부모가 감정을 잘 조절하고, 존중의 태도를 보일수록 아이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부모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먼저다. “엄마도 피곤해서 짜증이 났어, 미안해.” 같은 말은 아이에게 감정 표현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부모가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은 아이에게 정직함과 신뢰를 가르친다.

결국 부모의 변화는 아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아이 앞에서 조금 더 진솔해지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자기 성찰을 통해 ‘나는 어떤 양육을 받고 자랐는가?’, ‘나는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런 자기 이해는 양육에 깊이를 더하고,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여유를 만들 수 있다.

변화는 단숨에 일어나지 않는다. 작은 습관의 변화, 감정 표현의 방식 하나가 쌓여서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아이는 말보다 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것을 기억하자.

실천하는 부모를 위한 심리 전략

교육 심리학에서 강조하는 몇 가지 실천 전략을 소개한다.

  • 정서적 코칭: 아이의 감정을 판단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이해’해주는 말 습관 들이기.
  • 공감적 대화: “왜 그랬어?”보다 “어떤 마음이었을까?”라고 묻기.
  • 긍정적 피드백: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하기. “열심히 했구나!”
  • 실수의 기회로 삼기: 아이가 잘못했을 때 혼내기보다 함께 해결 방법 찾기.
  • 부모 자기 관리: 아이에게 집중하기 전, 내 감정을 먼저 다루기.

또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활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하루에 한 번 ‘감정 일기’ 쓰기: 오늘 있었던 감정적인 상황을 적어보고, 내 반응을 돌아보는 습관.
  • 아이와의 소통 루틴 만들기: 자기 전 5분씩 아이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정해보자.
  • 감정 언어 놀이: 그림 카드나 상황 카드를 활용해 “이럴 땐 어떤 기분이야?”라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아이의 정서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심리 전략은 어려운 이론보다,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작고 구체적인 행동의 반복이다. 부모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 말 안 듣는 아이, 알고 보면 부모가 먼저 배워야 할 것
출처: pixabay.com (무료 이미지)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여정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끊임없이 배우는 여정이기도 하다. 아이의 거친 행동 속에서도 우리는 그 안의 메시지를 읽어야 하며, 아이의 성장을 도우면서 스스로도 성숙해진다.

육아는 완벽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진심이 담긴 대화, 공감,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뿐이다. 때로는 실수해도 괜찮고, 지쳐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과정 속에서 부모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와의 관계는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지는 긴 호흡의 여정이다. 오늘 다투고 울었던 시간이 내일의 이해와 포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는 여전히 성장 중이고, 부모 역시 ‘완성된 사람’이 아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웃고, 함께 넘어지며 우리는 부모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