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새봄

아이를 키우는 오늘, 부모가 성장하는 공간입니다.

  • 2025. 4. 18.

    by. thebestsaebom

    목차

      학습의 시작은 몰입에서 비롯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공부 습관'이나 '학습 태도'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보다 더 먼저 갖춰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몰입 경험이다. 몰입은 단순한 집중력 이상의 개념으로,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대상에 자발적으로 깊이 빠져드는 상태를 말한다. 아이가 몰입 상태에 있을 때는 외부 자극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이 경험은 단순한 재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몰입은 아이의 뇌를 자연스럽게 활성화시키고, 인지적·정서적 영역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놀이를 통해 몰입을 충분히 경험한 아이는, 이후 학습 활동을 할 때도 그 흐름을 이어간다. 문제를 푸는 방식이나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 스스로 학습을 조직화하는 능력까지도 몰입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반대로, 학습 위주의 환경만 조성되어 있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몰입하는 시간이 부족한 경우, 학습은 늘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몰입 없이 하는 공부는 단기적인 외우기일 뿐이며, 그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다. 몰입이란 결국 아이가 스스로 배우는 힘을 키우는 가장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부모가 가장 먼저 제공해주어야 할 교육 환경의 핵심이다.


      학습보다 중요한 몰입 경험을 주는 놀이법

      몰입을 이끄는 놀이의 조건과 환경

      그렇다면 아이가 몰입할 수 있는 놀이는 어떤 것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놀이의 '형식'이 아니라 놀이가 주어지는 '방식'이다. 즉,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가, 어른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흔히 접하는 블록 놀이, 색칠하기, 역할 놀이, 자연 탐험 등의 활동은 그 자체보다도 아이가 주도적으로 구성하고 반복하며 몰입할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이 열려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교구나 '이걸 해야 한다'는 분위기의 활동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몰입이 잘 이루어지는 놀이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조건이 있다. 첫째, 시간의 압박이 없어야 한다. 시계를 보며 언제 끝낼지를 걱정하는 상황에서는 몰입이 일어날 수 없다. 둘째, 아이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재밌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실제로 빠져들 수 있는 활동이어야 한다. 셋째, 방해받지 않는 환경이다. 반복적인 활동을 허용하고, 실패와 실수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아이의 몰입을 촉진한다. 넷째, 과정 중심의 놀이여야 한다. 결과보다는 '하는 과정'이 중요한 활동일수록 아이는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부모의 개입은 얼마나 필요할까?

      많은 부모들이 “놀아줘야 할 것 같아서 부담된다”는 고민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이의 몰입을 돕는다고 해서 반드시 함께 놀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모가 관찰자 역할을 할 때, 아이는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아이가 놀이에 몰입하고 있을 때 불필요한 칭찬이나 지시를 줄이고, 조용히 응원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때로는 아이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리듬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부모가 한 걸음 물러서 주는 것이 몰입을 지켜주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이건 뭐야?” “잘했네~” 등의 말이 반복되면 아이는 그림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부모의 반응'에 집중하게 된다. 이는 몰입을 방해한다. 반대로 아무 말 없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가 스스로 완성했을 때 조용히 미소 지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한 만족을 느낀다. 또한 스마트폰, TV, 배경 소음 등이 많은 공간보다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몰입이 훨씬 잘 이루어진다.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몰입은 공부를 잘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다

      몰입의 경험은 단순히 '공부 잘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아이가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실패를 반복하며,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알아간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이는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자기 효능감을 갖게 된다. 이 감정은 어떤 교과 성적보다 훨씬 강력한 성장의 자산이 된다. 몰입을 통해 자신을 몰두시킬 줄 아는 아이는 나중에 어떤 분야에서든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놀이 속 몰입은 결국 아이에게 자기주도성, 자신감, 집중력, 감정 조절력이라는 종합적 능력을 길러준다. 이는 학습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서 필요한 능력이다. 그래서 부모는 오늘 아이가 어떤 놀이를 했고, 얼마나 재미있어했는지를 점검하는 것보다 **"오늘 아이는 몰입을 경험했는가?"**를 묻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