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나도 모르게, 엄마처럼 말하고 있었어요”
- 양육은 말보다 감정으로 전해진다 – 자동 반응의 뿌리를 찾아서
- 감정을 멈추려 하지 말고, 읽어야 한다 – 되물림을 멈추는 첫 기술
- 되물림을 끊는 부모는 완벽하지 않다 – 다만 깨어 있으려는 사람일 뿐
1. “나도 모르게, 엄마처럼 말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아이에게 화를 낸 후 문득 깨닫게 된다. 그 말투, 그 눈빛, 그 한숨…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았던 그 말이, 이제 내 입에서 나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멈칫하게 된다.
“나는 절대 그런 부모가 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 하고 말이다. 부모가 된다는 건 때로 내가 받았던 양육을 되새기게 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감정의 되물림’은 단지 말투나 훈육 방식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도 모르게 내가 받아온 감정의 대접을 아이에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사랑을 말하면서도 조건을 달고,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불안을 숨기지 못하며, 아이의 실수를 걱정으로 포장해 통제하려 할 때, 우리는 사실 과거의 감정을 반복 재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쏟아지는 말속에는 단지 지금의 부모만 있는 게 아니다. 나의 어린 시절, 나를 길렀던 부모의 말과 표정이 스며들어 있다. 이 되물림은 내가 원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깨달은 순간부터는, 내가 멈출 수 있다. 감정의 자동 반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감정이 처음 생겨난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어떤 양육을 받았는지,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되물림의 고리는 풀리기 시작한다.
2. 양육은 말보다 감정으로 전해진다 – 자동 반응의 뿌리를 찾아서
우리는 부모에게서 말보다 감정을 먼저 배운다. 말은 기억나지 않아도, 그 말이 나에게 어떤 기분을 남겼는지는 오래도록 남는다. “잘했어”라는 말도 어떤 얼굴로, 어떤 톤으로, 어떤 맥락에서 들었는지에 따라 그 감정의 결은 달라진다. 감정의 되물림은 바로 이 감정 반응의 방식이 무의식적으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구조다.
내가 어릴 때 실수할 때마다 “왜 그걸 못하니”, “그렇게 해서 뭐가 되겠니”라는 말을 들었다면, 나는 실수 자체보다 실수한 나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감정 회로를 학습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이가 실수했을 때, 말은 다르더라도 내 안의 반응은 그때의 느낌을 그대로 복사해서 재현하게 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한다”는 논리보다 훨씬 더 강한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내면화된 감정 패턴이다.
문제는 이런 감정 패턴이 대부분 의식되지 않은 채 반복된다는 점이다.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그 반응이 내 의지가 아닌 과거 경험에 의해 자동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감정 되물림을 멈추기 위해서는 지금의 행동을 고치려 하기보다 감정이 처음 형성된 경험을 되짚어보는 성찰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어릴 때는 그게 당연했는데…”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당연함이 지금 아이에게 불편한 유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감정을 되물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내 감정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낱낱이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 없이 양육의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3. 감정을 멈추려 하지 말고 읽어야 한다 – 되물림을 멈추는 첫 기술
감정의 되물림을 끊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억제할수록 되물림은 더 교묘하게, 더 깊게 작동한다. 중요한 건 감정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인식하는 것이다. 감정이 올라왔을 때 그 감정을 비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아, 지금 내가 두려운 거구나”, “지금 나는 아이보다 내 불안을 먼저 느끼고 있구나”라고 자기감정을 읽을 수 있어야 반응을 조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바로 메타인지다. 메타인지적 양육은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까’가 아니라, ‘내가 지금 아이에게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를 자각하는 태도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감정과 반응이 문제일 수 있다는 관점 전환.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떼를 쓰거나, 속도를 내지 못할 때, 그 장면을 내 과거와 겹쳐보는 일. “나도 어릴 때 이런 상황에서 불안했었지”, “그때 아무도 내 감정을 인정해주지 않았지”라는 기억을 소환하는 순간, 아이의 행동에 대한 내 반응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감정 되물림을 끊는 것은 단호하거나 강한 결단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아주 작은 차이, 숨을 한번 더 쉬고 말하기, 말하지 않고 눈을 바라봐주기, 실수를 지적하지 않고 다가가는 말 한마디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차이는 결국, 과거의 감정을 그대로 반복하느냐, 아니면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해석해 보느냐의 차이다. 되물림은 이렇게 조용히, 작게, 그러나 확실하게 멈출 수 있다.
4. 되물림을 끊는 부모는 완벽하지 않다 – 다만 깨어 있으려는 사람일 뿐
우리는 완벽한 부모가 되려다 지친다. 실수하지 않으려 하고, 감정을 절제하려 애쓰고, 아이 앞에서 항상 안정적인 어른으로 서 있으려 한다. 하지만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부모가 아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성찰하는 부모, 감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 어른이다.
되물림을 멈추는 부모는 그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왜 반복되는지를 이해하려는 사람이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나서 그 이유를 돌아보는 사람, 말실수를 하고도 사과할 줄 아는 사람, 아이의 불안을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함께 떠올릴 줄 아는 사람. 이런 부모는 이미 되물림을 끊기 시작한 사람이다.
아이에게 가장 큰 유산은 교육도, 경제력도 아닌, 감정이 안전하게 흐를 수 있는 관계다. 나의 감정이 나로 인해 멈춰 설 수 있다면, 아이의 감정도 억눌리지 않고 자랄 수 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감정의 구조를 한 사람의 인식이 멈춘다면, 그 순간부터는 새로운 방향이 만들어진다. 되물림은 그렇게 멈춘다. 완전히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고 다시 선택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부모이면서도 여전히 자라고 있는 존재다. 그리고 그 성장은 아이와 함께, 감정을 알아가는 순간마다 조금씩 이루어진다.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찾고, 방법을 배우고, 실수를 줄이려 애쓴다. 하지만 감정의 되물림을 멈추는 가장 강력한 시작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그 용기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은 부모가 실수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함께 배워가는 모습이다. 오늘 내가 내 감정을 알아차렸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어제보다 더 성장한 부모다. 되물림은 그렇게 인식 위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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